최근에 역행자를 읽게 됐는데, 개인적으로 자의식해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,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.
자의식해체를 읽고 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으며, 최근에 그 단점으로 인해서 고민하던 시기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.
자의식 해체
제가 느낀 자의식해체는 자아가 자기 방어를 위해 부적절한 생각을 떠올릴 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.
인간은 가급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큰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내 자아가 엉망이 되어 자살하지 않도록 갖은 이유를 대며 실수를 합리화한다. 이로 인해 실수를 저지른 나를 보호하는 역할로써 자의식을 넘어 나 자신을 지키기에만 급급해진다.
자의식 해체는 3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.
- 탐색 → 불편한 감정이 들었을 때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살펴보는 단계
- 인정 → 기분 변화의 이유를 객관적으로 잘 살펴보고, 현재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서 인정할 것은 순순히 인정하는 단계
- 전환 → 인정을 통해 불편한 감정(e.g. 열등감)을 해소하고, 이걸 변화의 계기로 만드는 단계
자의식해체 경험
일하다 보면 스스로 꽤나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의견을 말할 때가 있습니다. 저는 그런 의견이 반려당할 때 불편함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.
그런 상황에서 저는 '어차피 결정은 의사결정권자 아니면 못하는구나', '내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구나' 등의 방어기제가 발동하면서 점점 감정이 섞여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대화 중간에 체념 후 대화를 단절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.
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의사소통 하는 게 아닌 제 의견이 맞다고 해주길 바라는 상태가 되어있었던 것 같습니다.
그런 일이 있고 나면 집에서 많이 자책하고(😂)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자주 했었는데. 보통 아래처럼 생각이 흘러가게 되었습니다.
-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모두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지, 내 의견이 채택되기 위해서 의견을 제시해서는 안됨
- 의사결정권자가 더 적절한 방법을 고를 확률이 높다 왜냐?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. 그래서 의사결정권자인 것이고, 그 사람말대로 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임
- 다음에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집중하고 불편함 감정을 좀 더 참아보자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니깐
그래도 나름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었네요...
하지만 저는 참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는데,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로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니 나중에 또 저런 일이 있을까 불안하면서 아직 감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서 계속 부정적인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.
부정적인 상태로 있으면 '열심히 해서 뭐 해? 어차피 난 부품인데?'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.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괜찮아지지만 이번에는 자의식해체를 알게 되어서 제 감정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.
탐색
'이번에는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고민해보면 어떨까?' 라는 말을 해준 여자친구 덕분에 더 빨리 탐색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. 고마워!
'왜 나는 내가 좋다고 생각한 의견이 반려당할 때 화가 날까?'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
저는 팀에서 인정받고 엄청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, 제가 괜찮다고 생각한 의견이 반려당하면 실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두렵고 무섭고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.
정말 웃기게도 누구보다 팀의 중심이 되고 싶으면서 팀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행동을 하고 있었네요.
인정
인정 단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, 면담을 해주신 팀장님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. 감사합니다 :)
면담 후 아래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.
- 지금의 나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팀의 넥스트를 위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제시할 능력은 없다.
- 팀에서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능력은 아니다.
- 잘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. 오히려 그런 부분을 계속해서 유지하자.
- 지금의 나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보단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게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좋은 방법이다.
전환
아직도 여전히 제 의견이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, 불편함 감정의 이유를 알게 되니 감정이나 행동을 컨트롤하기가 더 쉬워졌습니다.
왜냐하면 제 의견이 반려당하는 게 저의 유능함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.
이미 제가 잘하고 있는 부분을 앞으로도 잘하면서 의사소통에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제시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임하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게 유능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그리고 긍정적으로 의사소통에 참여하다 보면 가끔은 제 아이디어가 가장 적합할 때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.
사실 제 의견이 반려당한다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제 의견이 수용됐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. 다만 사람이란 부정적인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하다 보니... 그런 상황에서는 의견이 수용됐던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네요.
그리고 수용됐었던 의견들보다 훨씬 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.
마치며
자의식해체 말고 다른 부분도 작성하고 싶었는데, 쓰다 보니 시간이 늦어서 다음에 써야겠네요.
아래 적은 목록들이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들입니다.
- 유전자오작동
- 오목이론
- 기버성향
- 지식의 복리
그리고 역행자를 읽고 동기부여받아서 개발자가 되고 잠깐 찍먹 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.
나중에 실력이 더 쌓이면 해야지... 하고 있었는데 역시 무언가를 시작할 때 가장 좋은 시점은 '지금'인 것 같습니다.
이번엔 유기하지 않기를...